여행 이야기

(7) 로마를 찾아서

운농 박중기 2016. 3. 31. 20:28

3월 7일 (베네치아)


오늘은 맑은 날을 기대했으나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린다.

맑은 날의 산 마르코 광장을 보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다들 여름철에 무더위를 무릅쓰고 오는 이유를

알 듯하다.

조금은 익숙해진 길을 따라 산 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길은 어제와 달리 여유롭다. 유명하다는 리알토

다리는 보수공사중이라 제대로 보기 어렵다. 이 다리가 유명해진 까닭은 특히 아름다워서라기 보다는

걸어서 베네치아 시가지를 오가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런 수상도시가 생겨난 이유가, 적에게 쫒기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존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시작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그런 이유를 온전히 믿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바다에 면한 포석들과, 직각으로

쌓아올린 방축들, 큰 대리석을 다듬어 해수면 전체를 둘러 놓은 것 등은 아무리 봐도 여유로운 장인들의

솜씨지 다급한 일꾼들의 솜씨 같아 보이진 않는 까닭이다.

하긴 처음엔 어설픈 기초위의 초라한 건물들을, 해상의 유리한 조건으로 큰 부자가 된 베네치아 사람

들이 새로운 기초와 새로운 건물들을 세웠다면 그럴수는 있겠다.

지금의 우리네도 엄두가 나지 않을 견고한 운하와 다리, 해수면에 둘러쳐진 방축들은 아름다우면서도

견고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작은 운하로 내려 딛는 층계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 발을 디디는 부분이 살짝 들어가 있을 정도로 닳아 있다는 것은 여태껏 보수공사 없이

그곳에 그대로 수백년을 박혀 있었다는 얘기다.

운하의 끝자락에 한참을 앉아 견고하게 놓인 대리석 방축을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상트 뻬쩨르부르크의 운하 방축에 놓인 거대한 돌들에 감탄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 튼튼하고, 천년을 갈 것 같은 우람한,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붉은 돌들......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정박장과 계단들과 보도의 깔린 돌들을 보면 이곳에 이렇게 견고하고 아름다운 

'사회 간접자본'이 그 당시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지금은 집들이 많이 낡았고, 교회당들도 세월의 흔적이 잔뜩 껴있지만, 이들이 이러한 것을 처음 건설

했을때를 유추해 보면 너무나 화려하고 멋들어진 풍광이었을 거라고 짐작된다. 물론 지금도 아름다움은

여전하지만......


산 마르코 광장에 또 다시 도달했을때 잠시 20여초 햇빛이 비치면서 광장에서 바다가 보이는 쪽의 화려한

풍광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아! 역시 이곳은 햇빛이 비춰야해!...... 금방 흐려지면서 천국 같은 풍광을

거둬들이고 만다.

산 마르코 대성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낭을 성당의 왼쪽 작은 성당안에 있는 물품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깜빡 하고선 그냥 긴 줄에 서 있다가 입구에서 퇴짜를 맞고는 다시 배낭을 맡기고 다시 줄을 서서 입장했다.

그러나 줄 선 노력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성당은 근사했다. 엄청난 크기와 화려한 벽화, 그리고 천정화

(거의 모두 모자이크화 였다)가 그 아래에 선 사람들을 압도하고, 별도 입장료를 내고 이층 테라스로 올라 

갔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바다쪽 전경은 비로소 여기까지 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압권이다.

성당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바다쪽 풍경'은 뭐랄까...... '천국으로 들어가는 통로'처럼 느껴졌다.

화창한 맑은 날이나 노을진 시간이라면 더욱 그런 느낌이 더할 것 같다.

두개의 기둥 같은 탑이 솟아있는 그 가슴 설레는 풍경은 아마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빵에다 치즈를 잘라 넣고, 요거트와 사과 등 작은 배낭에 갖고 간 점심을 대성당의 맞은편 아케이드 안에서 

성당을 마주보며 먹었다. 날씨는 춥고, 바람도 제법 불어 밖에서 요기를 하기엔 좀 옹색한 꼴이 된다.

어제의 나폴리 피자에 실망했기도 했지만 베네치아 섬 안의 레스토랑이란 것이 순전히 떠돌이 광광객을

상대하는 곳인지라 대체로 맛이 별로라 하고, 또 막상 들어가서 음식을 시켜 먹기가 왠지 '부담스럽'거나

친숙하고 만만하게 보이질 않아서 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많은 여행객들이 간단한 점심을 마련

해서 길거리에서 먹는데, 이들의 영업 방식이 좀 잘못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들 처럼 길거리 음식이 있는것도 아니고......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로 음식값을 낮추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 오히려 수익이 좋을 것 같은데 이들의

레스토랑은 대체로 '퀄리티 중시' 위주라 대중적 분위기가 대체로 없다.

이를테면 고급 레스토랑도 있고, 대중적인 레스토랑도 충분히 있다면 서로가 좋을텐데......

대체로 음식값은 우리 돈으로 15,000원 정도에서 30,000원 사이로 주머니 사정이 변변치 않은 가난한

여행객에겐 상당히 부담가는 금액이다.


어디든 가면 관심있게 보는 골목들은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느끼는 정감있는 골목은 아니다.

골목안은 사람들이 일정부분 거주하고 있으나 대체로 사람들의 왕래가 없고 조용하다. 어떤 곳은 폭이 채

1미터도 되지 않는곳도 많다.

제법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면한 집들은 거의 선물가게와 음식점, 작은 까페 등이다. 그 사이 사이로

수많은 수로가 거미줄 처럼 연결되어 있다. 수로에는 곤돌라, 작업선, 개인 선박 등이 물방게 처럼 흐른다.

세상에 이런 도시가 또 있을까? 


숙소에 돌아와 식사 후 누웠으니 사방이 고요해 잠시 눈을 감았다.

이 여행을 잘 해내고 있는가? 충분히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가? 모든것을 겸손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글귀가 생각난다.

'숲을 두려워 하는 사람, 자신의 고독과 어둠을 두려워 하는 사람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런 사람을 구원할 수 있을까?'


소로우의 글귀는 고독할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