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 로마를 찾아서

운농 박중기 2016. 3. 23. 13:50

3월 2일 (로마)


로마 시내에 있는 유적들은 몇 군데로 구역을 나눠서 보는게 좋을 것 같았다.

포로 로마노 인근, 스페인 광장 인근, 바티칸 인근 등으로 나누면 대략 명소는 다 둘러보고, 나머지 시간은

한번 더 보고 싶은 곳에 가는 식으로 계획을 짰다.

바티칸 시국에 가는 일정을 빼면 부지런히 걸어 다녀도 왠만한 곳은 다 둘러 볼 수 있을것 같다.

꼴로세움을 필두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대전차 경기장, 깜피톨리오 광장, 포로 로마노...... 하루를 걷다

돌아 오면서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말, '로마는 역시 로마다!'

사방 어디를 둘러 보아도, 어느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도 '명품 그림' 이다. 허물어지고 세월의 때가 짙은

구조물들임에도 거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광경들은 여태껏 보아 온 어느 곳의 유적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아! 이래서 로마, 로마! 라고 하는구나......

이탈리아인들이 지녔을 자부심이 짐작이 간다.

그러나 길거리에는 적지 않은 걸인들이 동냥을 하고 있고, 지하철 구내의 음침함, 거리의 쓰레기 등은 로마의

또 다른 어둠이다.

지금이 년중 가장 비수기라고는 하나 꼴로세움과 포로 로마노의 적지 않은 인파들을 보면 성수기때는 대체 

얼마나 많은 인파라는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유적의 규모와 보존상태, 그 아름다움, 멋스런 광경은 여태까지의 어느 나라보다 월등한 것이 사실이다.


저녁 식사후에는 밤의 트래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을 보러 갔는데, 트래비 분수는 소문대로 아름답고, 스페인 

광장은 그 유명한 계단을 보수중이라 유리 울타리를 두른 상태지만 별로 볼 것은 없다.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 이후 유명해 진것이지만 밤의 스페인 광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대체로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옷을 몇겹 껴입고, 목도리를 둘러야 할 정도로 춥다.

우리네 3월초와 꼭 같다.


연변 출신 한인 민박 주인장의 인생사는 한편의 스토리였다.

지금도 남편을 비롯한 가족은 연변에 있고, 그녀 혼자 이탈리아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연변에는 '해외에 가서 돈벌기' 열풍이 번져,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한국 쪽으로

진출 했는데, 그중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의 밀라노로 밀입국 했다 한다.

그녀는 이미 정착한 중국인의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보모로 시작해 냉동창고 일꾼, 식당 종업원, 막노동 등을

거쳐 조금의 돈을 모아 로마에서 월세로 집을 빌려 지금의 민박업을 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에 같이 온 연변 사람들이 지금의 로마에 약 100군데 정도 한인 민박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영주권을 획득해서 문제가 없이 고향에 일년에 한번쯤 다녀 오기도 하지만 거의 10년 동안은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죽을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 고생한 이야기를 하는 주인장의 눈엔 짐작 될듯한 회한이 보인다.

그래서 지금 로마에 거주하는 친한 연변 사람 끼리는 유대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하는 중국인 상대 민박도 많은데, 그들은 서로 협력하고 이끌어 주는 체계가 튼튼해서 한인 민박

집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단결력이 강하다고 했다.

문제는 한인 민박집들간의 경쟁이 나날이 심해져서 서로 이간질하고 당국에 고발하는 경우가 많아 요즘은 

상당한 경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로마의 민박업 허가 기준이 아침은 서양식으로 제공해도 되지만 저녁식사 제공은 원칙적으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이것 때문에 갈등이 많다고 한다.

연변에서 새로 이주한 젊은 세대는 인터넷에 익숙해 나름대로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실내장식이나 숙소 구조를

젊은 취향에 맞게 꾸미지만 이주 1세대들은 나이가 많고, 인터넷에 취약해 제대로 홍보를 하지 못하고 젊은이

들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해, 주로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한인 민박의 특성상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법에 어긋나는 '저녁밥 제공'등의 무리수를 쓰다보니 같은 경쟁자들의 고발감이 되고, 한국인 특유의

반찬냄새 때문에 이웃 입주자들의 불평이나 고발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로마 시당국에서 불시 점검이 잦고, 한번 적발되면 벌금이 몇천, 또는 몇만 유로가 되므로 치명적

이라 한다.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힘들고 치열하긴 마찬가지인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수줍음과 인정이 많고, 그런 풍파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 같이 보인다.

저녁식사로 백숙을 끓였는데 그 맛이 굉장히 좋다.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로 자정을 넘겨서야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