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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립'을 보고

운농 박중기 2014. 11. 1. 14:11

플립, 유치 하다니요!

보는 내내 행복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중늙이가 되어버린 지금, 그 옛날(정말 그때를 '옛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풋풋했던

시절이 마치 햇빛속을 달려나온 백마처럼 내 앞을 스쳐 지나 가는군요.

그러고 보니 한때는 내가 브라이스와 똑 같은 멍청한 녀석이 된 적도 있었답니다.

줄리아나 처럼 총명하고, 개성있고 감수성이 풍부하면서도 선량한....그리고 열정마저 있는 소녀를

가슴 아프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애는 말을 못하고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자였는데, 여러사람들이 있는 식당에서 필담을 나누다가

그 광경을 쳐다보는 여러 시선이 그만 창피해서 짜증을 내며 그 자리를 피해 나와버렸던 것입니다.

소년시절이었지만 나는 그 애를 좋아했고, 그 애도 나를 좋아했었지만 그 일 이후로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 일은 지금 이 나이에도 잊혀지지 않을만큼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그때 나는 용기없는 브라이스 였지요.^ ^

그 애의 총명한 눈이 일순 일그러지며 바닥을 향하던 광경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용서를 바라며 그 애를 위해 무화과 나무를 심지 못하겠지요.

이제 다시 그 기회는 오지 않겠지요.......

 

어렸던 시절, 내 주변엔 그런 따뜻한 할아버지가 없었고, 그런 지혜로운 아버지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요즘 흔히 얘기하는 멘토도 없었지요.

그 시절이 그렇게 예민하고 중요한 시절이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플립'을 보면서 행복해 하고,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하니 말입니다.

렛 잇 비 미를 들으며 아련해 하기도 하니 나에게도 아직은 일말의 순수는 남아있는 것 같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플립을 두 분도 좋아하신다니, 두 분 행여 딴 마음 먹어선 안되겠습니다.

플립을 보고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 그렇게 흔하지 않을겁니다. 서로 꼭 잡고 평생을 같이 하세요! ^^

 

줄리아나 역의 소녀는 참 예쁘군요. 평범하게 이쁘기만 한게 아니라 그 역에 정말 적합한 얼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M씨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오늘은 특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군요.

몇일 좀 우울하고, 씁쓸한 기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플립을 보고선 그만 가슴이 따뜻해져서 대번에

충만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정말 '플립'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