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4)'라오스 홀로 여행'을 끝내며

운농 박중기 2013. 11. 27. 10:25

 

'라오스 홀로 여행'을 끝내며

 

앞에서 언급했듯, 홀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스마트폰 때문이었습니다. 국내의 많은 이들과 문자로, 메일로, 통화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니까요.

온전한 홀로 여행을 꿈꿨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다음엔 스마트폰 없이 여행을 해볼랍니다.

 

이번 여행에선 작은, 수첩만한 스케치북을 지니고 떠났습니다.

별 볼일 없는 그림 솜씨지만 이것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한산한 카페에 앉아서, 혹은 

레스토랑에서, 길가에서, 사원의 벤치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참 저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아! 이런 행복한 작업도 있구나! 하고 펜과 스케치북을 지니고 온 것을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샤프펜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연필이 없어(라오스에서 문방구를 발견하지 못했

습니다) 구도를 잡거나 밑그림을 전혀 그릴수 없어 그냥 펜으로 그렸습니다.

그래서 그림이 어색하거나 어설퍼도 수정을 할 수 없었지요.

그렇지만 뭐 그게 대수입니까. 행복하면 됐지요.

열 여덟장의 그림을 그렸으니 거의 매일 한 장씩 그렸다는 계산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 돌아와서 그중 한 장을 확대해서 그리려니 도무지 그리기 어려

웠습니다.

그림에는 그 장소의 기운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그 기운을 받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어설픈 그림을 여기에 올립니다.

조금이나마 당시의 행복감을 공유하고 싶기에 말입니다.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