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4)운농의 뉴질랜드 자동차 여행

운농 박중기 2013. 7. 27. 13:54

 

2011년 3월 8일 (프란츠 요셉 빙하지대 - 와나카 - 퀸즈타운)

 

와나카를 거쳐 퀸즈타운으로의 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비로소 우리가 기대했던 뉴질랜드의 진면목을 마음껏 발휘하는 화려하고,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최고(!)의 길이다.

와나카 호수와 하웨아 호수는 아름답기 그지없고 차창밖의 멋진 광경은 우리를 황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길은 (6번 도로, Makarora - Lake Hawea 간)양쪽으로 두 호수가 나타나면서 시작되었는데, 그 절묘한 색상과 주위풍경,

그리고 아름다운 도로가 한데 어울려 뉴질랜드에 와서 지금 최고의 풍경속을 우리가 달리고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퀸즈타운을 얼마 남기지 않고 깁슨밸리의 이정표가 나타났다.

카와라우 강 위에 걸린 번지점프 브릿지(AJ Hackett Bungy Bridge), 세계 최초의 상설 번지 점프장이 있다는 곳이다.

뭐, 번지 점프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고 그곳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는 얘길 들어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점프장은 양쪽 계곡을 잇는 다리위에 설치되어 있는데 아마도 번지점프를 위해 다리를 놓은것으로 보인다. 

아무나 걸어 다닐 수 있는 점프장 다리의 중간에 이르자 그 아래의 강물은 에메랄드 빛이다. 계곡처럼 깊은 골짜기는 푸른빛으로빛나고 양쪽의 연두색과 녹색의 나무들이 마치 계곡 아래를 찬양하듯 펼쳐져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런 광경이라면 이곳에서 한번쯤 번지점프를 해 보고 싶을 지경이다.

점프장 아래 있는 사무실에서 점프를 신청한 사람들은 다리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풍경보다는 두려움과 기대가 섞인

묘한 표정들로 자기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다리에 로프를 묶고 그 아름다운 풍경속으로 뛰어드는 젊은 청춘들...... 그 광경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뛰어내리면 몇번씩 튕겨져 오르기를 몇차례, 멈추면 그 아래 보트에서 대기중이던 사람들이 다가와 줄에서 내려주면 옮겨

탄다.

"나도 한번 할까보다!"

"왜 이래요, 늙어가면서 주책스럽게시리!"

저 아름다운 풍경속으로 떨어지는 젊은 청춘이 너무나 부럽다.

 

50-60대 한국 단체 관광객 몇이 우리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

"둘이 오셨어요?"

"예"

"둘이서 어떻게 다니세요?" 

"뭐, 차 빌려서 다니지요. 렌트카"

"렌트카를 빌려서 다닌다고요? 교민이신가요?"

"아뇨. 우리도 뉴질랜드 보려고 경남 함양에서 왔어요"

"......."

왜 '경남 함양에서 차를 빌려 뉴질랜드를 구경 다니면' 안될까? 그는 우리를 빤히 쳐다 보더니 우리 연락처를 달란다.

한번 우리를 찿아 오겠단다. 그는 전남 광양에서 지인들과 페캐지 관광을 왔다고 했다.

영어에 무지 능통하고, 간덩이가 큼직하고, 돈은 꽤 넉넉한 인간들쯤으로 여기는듯 하다. '영어는 한심하다 못해 엉터리고

간덩이는 주먹만 하고, 돈은 쥐어짜서 아끼는' 진짜 우리(!)를 그는 꽤 경외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봐 준다.

뭐,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젊은이들이라면 우리를 그런 눈으로 보지는 않을테지. 

 

퀸즈타운에 들어서자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낮은 언덕을 끼고 차가 퀸즈타운의 첫머리에 이를때는 햇빛이 우리 눈을

찌를(!) 시간이어서 우리는 실눈을 뜨고 있었는데 그 펼쳐지는 도시의 아름다움에 찌르는 햇빛도 잊고 그만 눈을 끄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여태껏 본 도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다.

몇 년전 우리의 동유럽 여행때에 체코의 프라하에 들렀을때의 그 아름답던 도시의 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프라하는 넓디넓은 평원위에 차분하고 고풍스럽게 깔려있는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이 우리에겐 너무도 감동적이었는데, 이곳

퀸즈타운은 자연과 인공물들의 아름다움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이다. 

짙은 초록색의 와카티푸 호수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이 빼어난 경관의 도시는 '여왕이 살아도 될 만큼 기품있고 아름다운

도시' 라는 의미가 있다지만 요즘은 각종 레포츠의 도시로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하여간 퀸즈타운은 프라하와 더불어 우리 기억에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각인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도시는 우리에게 누울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YHA는 물론 빈 방이 없었고, 도심 속의 백패커스, 모텔, 아무 곳에도 빈 방은 없었다. 우리는 작은 도시 곳곳을 돌다 결국

뉴질랜드에서는 처음 본 리조트 라는 이름의 숙소에 130불을 지불하고 여장을 풀었다. 이곳은 주로 단체 숙박객들을 받는

곳인 것 같다. 방안에 침대가 둘 있고, 옆방에 이층 침대가 네명을 수용하도록 따로 있다.

우리는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해가 떨어지기전에 퀸즈타운의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볼 요량으로 리조트의 잔디밭 위를

내내 서성거렸다.

 

내일은 우리가 고대하는 밀포드 사운드에 가는 날이다. 그렇지만 리조트의 인터넷은 10분에 2천원 정도, 우리는 몇차례의

인터넷사용티켓을 안내대에서 구입한 끝에 겨우 밀포드 사운드의 크루즈 예약과 숙소 예약을 하느라 머릿속이 파김치가

되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남섬의 숙소가 나열된 책자를 펼쳐놓고, 밀포드 사운드 인근의 저렴한 숙소를 체크하고,

크루즈 회사 3곳의 팜플렛(리조트에 비치되어 있는)을 비교해서 이 역시 체크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예약하는데 까지

소요된 시간은 거의 한시간...... 아, 피곤하다.

(계속)